- Prologue -
그들은 굴단의 부름을 받고 온 것이다. 그들은 기꺼이, 아니 필사적으로 그들의 영혼을 어둠에 팔았다. 한때 그들은, 굴단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영적인 존재들이었다. 한때 그들은 오크들이 살던 자연으로부터 배웠다. 숲과 들에 사는 짐승들과 창공의 새들, 강과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그들의 스승이었다. 그들은 자연의 순환의 일부분이었으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한때 주술사로 불렸던 그들이 그 힘을 맛보았던 것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흑마법사로 거듭난 그들에겐 혀끝에 닿은 꿀처럼 달콤하게 느껴졌다. 힘에 대한 갈망이 커질수록 그들은 더욱 큰 힘으로 보상 받았다. 굴단의 스승은 넬줄이었다. 넬줄은 호드를 강력하고 멈출 수 없는 파괴의 물결로 만든 장본인이었지만, 그 흐름을 더 강력하게 이어갈 만큼 용감하지 못했다. 그는 종족의 숭고한 전통에 일종의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굴단에겐 그런 우유부단함이 없었다.
호드는 이 세계에 있던 모든 것을 학살했다. 그러자 피의 욕망(bloodlust)을 분출할 길을 잃게 되어 당황하기 시작했고, 이내 서로에게 눈을 돌려 부족 간의 내분이 벌어졌다. 가슴 속에서 타오르는 잔인한 갈망을 달래기 위한 절망적인 시도였다. 이때 호드의 맹렬한 살육욕(殺戮慾)을 또 다른 신선한 목표물로 유도했던 자는 굴단이었다. 이제 그들은 곧 신선하고, 허약하고, 순진한 사냥감들이 가득한 새로운 세계로 대담히 나아가게 될 것이다. 열광적인 피의 욕망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나운 호드를 이끌 의회가 필요했다. 굴단이 그 의회를 이끌게 될 것이다.
굴단은 그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작고 타오르는 눈동자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하나 둘 씩 그들이 도착하자, 굴단은 마치 주인이 비굴한 짐승을 대하는 것처럼 그들을 불렀다.
그들은 탁자에 둘러앉았다. 오크 전 부족을 통틀어 가장 두려움을 주고, 가장 숭배 받으며, 가장 미움을 받는 자들이었다. 몇몇 이들은 흉물스런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어둠의 지식을 위해 자신의 영혼 이상의 대가를 치른 자들이었다. 어떤 이들의 외모는 아직 온전하고 건강했는데, 탄력 있는 녹색 피부와 울퉁불퉁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어둠의 거래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이었다. 그들은 전부 무자비하고 교활했으며, 더 강한 힘을 얻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주저치 않을 자들이었다.
하지만 그 중 누구도 굴단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다.
굴단이 거친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여기에 모인 우리는 부족들 가운데서도 가장 강력한 자들이다. 우리는 힘이 무엇인지 안다. 어떻게 얻는 것인지, 어떻게 사용하는 것인지, 또한 더 강력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가 우리에게 대항하려 하고 있다. 이 부족은 자신들의 뿌리로 되돌아가고자 한다. 연약한 아이들을 죽이는 게 지긋지긋했겠지.” 그는 두꺼운 녹색 입술을 실그러뜨리며 경멸적인 조소를 흘렸다. “우리가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하오나, 위대한 자여.” 흑마법사 중 한 명이 말했다. “우리는 이미 드레나이를 남김없이 죽였습니다. 이 세상에 죽여야 할 놈들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없다.” 굴단은 날카로운 어금니 위로 그의 두꺼운 입술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 “하지만 또 다른 세계들이 기다리고 있다.”
굴단은 자신의 계획을 말해 주었다. 그것은 흑마법사들의 눈동자 위에서 붉게 타오르는 힘에 대한 욕망을 만족시켜 주었다. 그래, 좋은 계획이다. 이것은 오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조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조직의 수장은 다름 아닌 굴단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 의회를 통해 호드를 우리 뜻대로 조종하게 될 것이다.” 마침내 굴단이 입을 열었다. “우리는 모두 강력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오크의 자존심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 전장에서 도끼를 휘두르더라도, 우리의 명령 때문이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는 것이라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회의 존재는 비밀에 부치도록 한다. 우리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강력한 힘, 어둠 속을 걷는 자들이다. 우리는 어둠의 의회(the Shodow Council)다. 그 누구도 우리의 힘을 깨닫지 못할 지어다.”
그러나, 언젠가, 머지 않아, 누군가 알게 되리라.
